저항은 생동한다: 팔레스타인의 자유 없이는 재생산 정의도 없다

성명서

리프로시스트 (ReproSist)

2023년 12월 19일 

2023년 10월 27일, 라님 헤자지 (Raneem Hejazi) 는 이모의 아파트가 이스라엘의 군사 공습을 받았을 때 임신 8개월 차였다. 이모와 다른 가족 6명이 희생된 공습에서 라님은 살아남았지만, 대신 팔은 으스러지고 다리는 부러진 채 심한 화상을 입었다. 구급차가 그녀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과밀하고 전기, 물, 항생제가 바닥난 나세르 병원으로 급히 이송했다. 의사 모하메드 칸딜은 응급 제왕절개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휴대전화로 수술대를 비추며 진행한 끝에 의료진은 라님과 아기 마리암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식량, 쉼터, 깨끗한 식수의 심각한 부족으로 라님과 아기는 잘 살아가기는 커녕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안타깝게도 라님의 디스토피아적 출산 이야기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잔혹한 군사 공격은 의료 및 생명유지 시설을 직접적으로 겨냥하며, 나아가 재생산 권리, 재생산 건강, 재생산 정의를 겨냥하고 있다. 유엔 인구 기금 (UNFPA) 에 따르면, 현재 가자지구에는 약 5만 명의 임산부가 있으며, 이 중 5,500명이 다음 달에 출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자지구로의 의료 서비스, 식량, 식수의 진입 자체가 대부분 차단된 상황에서 이 임산부들 모두는 극도의 폭력과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 비타민과 무기질 부족은 임신 및 수유 중인 이들, 특히 빈혈로 고통받는 가자의 임산부 절반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가자지구에는 소독제 및 산후 출혈 치료를 위한 혈액 제제가 심각히 부족하다. 유엔은 가자지구에서 임산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자궁 절제술이 시행된다고 보고한다. 제왕절개 수술은 마취 없이 진행되며, 여성들은 진통제 없이 출산을 해야만 한다. 많은 경우, 임산부는 아예 산모관리 서비스 없이 아이를 낳거나, 출산 직전에야 병원에 입원했다가 출산 직후 다시 퇴원한다. 산모들은 안전한 거처도 없고, 깨끗한 물과 음식을 구할 수도 없으며, 이로 인해 제대로 모유수유를 하거나 신생아를 돌보거나 스스로를 돌볼 수 없다. 주거지역과 의료시설이 이스라엘 공습의 주요 타겟이 된 가운데, 여성들은 감염과 질병 확산의 위험이 높은 차 안, 길거리, 과밀집된 피난처에서 아기를 낳을 수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 (WHO) 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이후 점령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의료기관에 대한 335건의 공격이 발생했으며, 가자지구 병원 중 절반 이상 (36개 중 22개) 이 현재 “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 가자지구에서는 신체적 외상, 스트레스로 인한 유산, 사산, 조산의 증가와 전반적인 건강 악화 및 지속적인 치료 부족으로 인해 산모와 신생아 사망률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9일자 업데이트에 따르면, 10월 7일 이후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 18,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고, 사망자 중 거의 8,000명이 아동이며, 이들 가운데 1,500명 이상이 실종되어 잔해에 갇힌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두 달 동안 18,000명의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부상을 입었고, 약 25,000명이 고아가 되었다. 10월 7일 사망한 것으로 보고된 1,200명의 이스라엘인 중 33명이 어린이였고, 40명의 어린이가 하마스에 인질로 잡혔다. 모든 인명은 신성하며, 인간성은 숫자놀음이 아니다. 각각의 상실 뒤에는 미완의 사랑, 삶, 꿈에 대한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자리한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인명 손실에는 규모와 권력 불평등–식민지를 점령하고 핵무기를 가진 아파르트헤이트 정권과 점령당하고 포위당한 민간인들–측면에서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이러한 불균형한 살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생명을 체계적으로 부정하고 비인간화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스라엘 군대는 10월 7일에 사망한 이스라엘 어린이 한 명당 240명의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폭격해,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레즈의 표현대로 가자 지구는 “어린이들의 무덤”이 되었고, 유니세프 총재 캐서린 러셀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어린이가 살기에 가장 위험한 곳”으로 변했다. 최근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 보안군과 정착민들은 점령된 서안지구에서 53명의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더 살해했다. 이스라엘 감옥에는 기소나 재판, 적법한 절차보장 없이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수감돼 있으며, 이는 국제 청소년 사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매년 500~700명의 아동을 군사법원에서 기소하며, 지난 20년 동안 10,000명 이상의 아동을 구금해 왔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생명과 재생산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10월 7일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재생산 부정의의 방식과 맞닿아 있다. 데이르 야신은 1948년 나크바 당시 시온주의 준군사 조직에 의해 공격받은 531개의 팔레스타인 마을 중 하나로, 당시 1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남성, 여성, 어린이가 살해되고, 광범위한 약탈, 신체절단, 고문을 당했다. 2000년대 초부터 이스라엘은 폐쇄 체제를 강화했는데, 이로 인해 많은 팔레스타인 여성이 제때 병원에 갈 수 없어 군 검문소에서 출산하도록 강요당했다. 팔레스타인의 산모 사망률은 출생 10만 명당 28.5명으로, 이스라엘의 3.4명보다 8배나 높다. 서안지구와 가자의 유아 사망률은 이스라엘보다 거의 5배나 높다. 2013년 점령된 팔레스타인 지역의 유아 사망률은 출생 1천 명당 15.8명으로, 이스라엘의 3.5명에 비해 훨씬 높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래 높은 출산율을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출산장려 정책을 채택해온 것으로 국제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정책들에는 다자녀 가정에 대한 재정지원, (일하는) 어머니에 대한 복지혜택, 높은 아동수당, 보조생식 기술 (체외수정, 난자기증, 대리모 등) 에 대한 관대한 보조금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비판적인 연구자들은 이스라엘의 출산장려 정책이 지극히 선별적으로, 대부분 유럽계 유대인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설계되었으며, “인구학적 위협”으로 간주되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의 소위 “출산장려” 재생산 정책의 혜택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이스라엘에서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시민들은 법적으로는 유대인 이스라엘인과 동등한 출산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하지만, 식민지 현실 속에서 재생산 권리를 동등하게 행사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에서 에티오피아계 유대인 여성들은 논란이 된 피임약 데포 프로베라 [Depo Provera, 역자 주: 화이자의 피임주사제로 오랜기간 사용되어 왔으나 2004년 미국 식품의약국에 의해 골밀도 감소 등 부작용으로 인한 강한 경고를 받은 바 있으나, 이스라엘은 이후 10년 이상 에티오피아계 이민자 여성들에게 데포 프로베라를 처방했다] 를 적절한 동의 없이 과도하게 처방받았으며, 1950년대 초 이스라엘에 정착한 미즈라흐, 예멘 및 발칸계 유대인 가정에서 수천 명의 영유아가 납치되어 이주 및 수용캠프에 수용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진 과거와 현재의 전쟁들은 어떻게 이스라엘의 “출산장려” 정책이 층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강력한 죽음정치의 군사논리를 내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현재 이스라엘 보건부는 전사한 젊은 남성, 특히 전투에서 사망한 병사들의 정자를 채취하고 보존하기 위한 사후 정자회수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이스라엘의 하레츠 신문은 11월 9일에 이르기까지 사후 정자회수 프로그램이 하마스의 10월 7일 습격에서 사망한 33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시행되었으며, 그 중 29명은 군인이고 3명이 민간인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2008년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 병사들은 임신한 팔레스타인 여성을 총구 조준선에 둔 이미지와 함께 “원샷, 투킬” 이라는 슬로건을 담은 티셔츠를 디자인했다. 마찬가지로 2014년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 당시, 가자지구 여성들은 단지 다음 세대의 팔레스타인인을 낳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섬멸되어야 마땅할 “과잉된 생식능력을 가진 성애화된 번식자”로 묘사되곤 했다. 또한 현재 팔레스타인 여성과 어린이들은 이스라엘의 적대행위의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 및 다른 유엔 기구들은 여성과 어린이가 전체 사상자의 약 70%를 차지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아동의 사망이 포위된 민간인들에게 이스라엘이 쏟아부은 헤아릴 수 없는 양의 폭탄 때문이 아니라, 가자지구의 “높은 출산율”과 “비정상적 인구구조”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또 앞으로도 지속될 팔레스타인의 생명과 재생산에 대한 이스라엘의 의도적인 공격은 학계 전문가 및 유엔 관계자들에 의해 현재진행형의 제노사이드, 즉 대량학살로 불린다. 진행 중인 이 학살은 이스라엘의 계층화된 출산장려 체제의 가장 최신의 형태이자 명백한 반복에 불과하다. 비판적 학자들에 따르면, 이 학살과 출산장려 체제는 팔레스타인 원주민의 생명을 희생시켜 유대인 다수 인구의 유대 국가를 만들고 유지하려는 인구 교체의 논리–백년 이상 된 시온주의 정착자 식민주의 논리에 뿌리를 둔다. 주택, 난민캠프 및 모든 동네, 학교, 대학, 유아시설, 병원 및 기타 유엔난민기구 시설, 모스크, 교회, 수도 및 전기 인프라를 비롯한 가자지구 민간 인프라의 절반이 공습의 표적이 되어 지도에서 사라졌다. 가자지구 주민 190만 명–대부분 1948년 나크바로 인한 난민인–이, 현재 제2의 또는 끝나지 않은 나크바 속에서 집을 잃고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많은 이스라엘 정치가, 행정가들이 가자 지역의 완전한 말살과 인구절멸, 그리고 유대인 정착자들의 가자 재정착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는 국제법상 불법이지만, 미국과 유럽 정부는 이를 묵인하며 지원한다. 

팔레스타인에서의 대량학살에 대한 학술기관과 연구자들, 특히 재생산, 건강, 출산, 친족관계, 부모관계에 대한 연구에 관여하는 학술기관과 연구자들의 침묵은 놀라울 정도이다. 대규모 폭격 속에 갇혀 집을 잃고, 굶주리고, 목마른 230만 명의 인구를 겨냥한 대량학살의 핵심적 메커니즘으로서 출산방지, 강제이주, 인종청소가 학계–역학, 사회학, 인류학, 페미니즘 이론, 재생산 철학 등–로부터 더 큰 분노를 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이는 어쩌면 팔레스타인에 대해 발언하는 연구자와 학생들이 침묵당하거나 ‘반유대주의’라는 이름으로 부당하게 비난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에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개 교육세션이 취소되고, 관련 학습자료가 검열되며, ‘학생 복지’와 ‘감수성’을 구실로 추가적인 관료주의와 감시가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억압들이 우리가 모두를 위한 재생산 정의를 위해 싸워야만 한다는 도덕적 의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전문 조산사 단체들도 팔레스타인 여성과 어린이 및 재생산 의료 종사자들이 처한 끔찍한 조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가자지구의 주요 병원들이 강제 폐쇄된 가운데, 팔레스타인 조산사들은 가지지구에 있는 임산부들의 생명줄이 되었다. 국제조산사연맹이 2023년 젠더기반 폭력 반대운동 기간 [역자 주: 매년 11월 25일~12월 10일] 동안 “조산사들은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이 사라진 세상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처럼, 모든 조산사들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생산 재앙을 시급히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은 페미니스트 투쟁”이라는 팔레스타인 페미니스트 연구자 및 활동가들의 성명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재생산 정의와 관련된 연구, 실천 및 추진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재생산 연구자, 낙태 활동가 및 시술자, 조산사, 둘라 [출산, 유산, 낙태 등을 돕는 전문 도우미], 산부인과 의사 등–이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재생산 정의에 전념하는 이들에게 “영구적 휴전, 가자지구 봉쇄해제, 이스라엘 점령종식, 그리고 75년 이상 팔레스타인의 재생산 권리와 자유를 부정해 온 정착자 식민주의 구조 해체”를 지지할 것을 요청한다. 1990년대 중반부터 흑인 페미니스트들과 유색인종 여성들이 확립한 ‘재생산 정의’ 프레임워크는 아이를 가질 권리, 가지지 않을 권리,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권리를 옹호한다. 대량학살과 식민지 점령은 재생산 정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재생산 정의, 건강, 자유를 옹호하는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재생산 정의는 요르단 강에서 지중해까지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이 폭탄과 식민지 수탈에서 자유로운 ‘살 만한 삶’을 사는데 필요한 삶의 기반과 사회적 재생산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재건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재생산 정의는 존재할 수 없다. 자유로운 팔레스타인 없이는 재생산 정의도 있을 수 없다.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도덕적, 정치적, 물질적 지원을 통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속적인 식민지 점령과 대량학살에 명백히 공모하는 나라들에서 살고 일한다. 이를 고려할 때, 팔레스타인의 삶과 재생산을 위한 흔들림 없는 연대를 보여줄 때는 바로 지금이다. 우리의 저항은 생동한다. 지속적 항거에 헌신할 것을 다짐하자.  

재생산 연구자로서 할 수 있는 일:

조산사, 둘라, 산부인과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 

재생산 활동가로서 할 수 있는 일:

원문: https://reprosist.org/2023/12/19/resistance-is-fertile-endorse-our-statement-for-reproductive-justice-for-pales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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